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기초의회 의정활동비 인상

곽가(member_419)
2024-03-05
조회수 302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기초의회 의정활동비 인상


곽충근 (관악공동행동 시민주권위원회)


 

202312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지방의회(광역·기초의회) 의원이 받을 수 있는 의정활동비를 기초의원은 11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광역의원은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상향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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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이 매월 월급처럼 지급받는 의정비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가 있다. 1991년 무보수명예직으로 시작한 지방의회는 2003년 명예직 조항이 사라지고 의정활동비를, 2006년 유급제로 전환되면서 월정수당을 신설했다. 의정활동비는 의정자료 수집·연구 및 보조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지급 상한선이 명시되어 있다. 월정수당은 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해 지급하고 4년에 한 번씩 그 기준액을 인상하고 있다. 2023년 지방자치법 개정은 2003년 이후 변동이 없었던 의정활동비 지급 상한액을 인상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회에서 법적으로 정한 상한선까지 의정활동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관악구의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229일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제안한 의정활동비 150만원 인상안에 대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4명의 토론자 중 관악공동행동만 반대의견을 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정활동비 최대인상이, 월정수당 인상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은 지방의원이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돈이다.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든, 월정수당을 인상하든 지방의원에겐 월급 인상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월정수당은 4년에 한번씩 조정할 수 있는데, 지난 2022년 구성된 9대 관악구의회에서 전년 대비 12.6%가량 인상했다. 서울시 25개 기초의회 중 노원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안대로 의정활동비를 인상할 경우 관악구 의원은 매월 4,382,000원을 받게 된다. 전년 대비 10.3% 인상된 금액인데,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 2.5%와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의 인상인 셈이다.


둘째, 관악구의 재정능력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의정활동비를 인상할 때 각 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정자립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재정자립도는 자치단체의 전체 1년 수입 중 지방세 등 자치단체 고유의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23년 관악구 재정자립도는 19.87%. 거칠게 말하면 100만원의 수입 중 약 20만원 만 관악구에서 걷히는 세금으로 충당 가능하고 나머지는 정부나 서울시의 보조금,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하위 22위에 해당하는 데, 과연 의정활동비 최대 인상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지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의정활동비 최대인상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13%에 그치고 있고, 그 이유로 전문성 부족, 부패 및 도덕성 부족, 통제장치 부족 등을 들고 있다. 3년이 지난 현재 그런 문제가 과연 개선되었을까? 2023년 관악구의회는 성차별적 언행과 의정활동으로 물의를 빚은 의원에 대한 사퇴요구로 몸살을 앓았다. 의정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통제장치인 의정모니터 활동도 하지 않고 문제점을 보완한 관련 조례도 본의회에서 부결시켰다.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몇 달에 걸쳐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제안한, 독거어르신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는 협치사업도 심의과정에서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이렇게 주민들의 필요나 요구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의정활동비를 최대로 인상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이런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관악구의회는 제2차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의정활동비 150만원 인상을 결정했다. 전국의 지방의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악구의회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거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묵은 채권을 행사하듯 결정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주권자의 입장에서 대리인의 의정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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