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송환상영회 합니다.

5월 7일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수도권] 청사 크다고 일 잘하나
구청사 신축, 증ㆍ개축 논란

어려운 경제 사정과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일부 자치구가 청사 증ㆍ개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청사들도 규모가 너무 커 낭비 요인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자치구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주민 편의를 위해서는 신청사 건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시급한 일이 많은데도 사무공간 확충을 위해 수백억원을 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 반박하고 있다.

“안전 확보, 주민 편의”

신청사 건축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관악구. 관악구는 지난달 11일부터 14일간 청사 신축을 위한 주민공람을 가졌다. 기존 청사 부지 1,715평에 주변 지역 2,330평을 매입, 부지 4,045평에 연면적 7,300평의 청사를 2007년까지 짓겠다는 것. 구 관계자는 “본관 건물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구민들도 민원 처리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 종합청사 개념으로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는 모두 858억원. 서울시가 절반을 지원하지만 그래도 전체 비용이 관악구 1년 예산(1,600여억원)의 57%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신청사 건축을 위해서는 기존 건물을 헐어야 하는 등 자원낭비도 많다. 구청 본관에 붙여 지은 5년 남짓 된 보조 건물과 별관, 6층 짜리 보건소는 물론이거니와 10년이 채 안된 빌라나 원룸건물 등 100여 세대를 헐어야 한다.

이 같은 사실 때문에 공람기간동안 제출된 주민 의견 일곱건은 모두 청사 신축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주민 김모(46)씨는 관악구의 올해 재정자립도가 31.3%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21위란 사실을 상기한 뒤 “더 쓸 수 있는 멀쩡한 건물을 헐어가면서까지 새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시는 “관악구 외에도 청사가 30년 이상 된 몇몇 구가 건물 노후화와 인구 변화 등을 이유로 청사개선작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며 “대부분 증ㆍ개축이 아니라 신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너무나 큰 신청사”

관악구 청사 신축 논란을 계기로 도봉구 등 이미 공사에 들어간 자치구 청사도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도봉구가 방학동에 건립중인 신청사는 지하2층, 지상15층에 대지면적 4,278평, 연면적 1만1,091평으로 총사업비 518억여원이 들어간다. 11월 입주할 신청사는 주차장 편익시설 체육관 등이 들어설 지하층과 민원실과 은행, 구의회가 자리할 1~3층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사무실이다. 15층엔 전망대도 설치된다.

구 관계자는 “95년 강북구가 도봉구에서 떨어져 나갈 때 청사를 넘겨주는 바람에 지금껏 집 없이 건물 3곳을 빌려 사용해왔다”며 “신청사는 50년 앞을 내다보고 낙후된 이 지역의 상징 건물이 되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신청사가 너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청사관리시행규칙에 2급 이하 국ㆍ과장급 5평, 일반직원 2평을 할당하도록 돼 있으나, 도봉구는 단순계산으로 1인당 16평으로 50년 후를 내다보더라도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입주할 성동구 신청사도 도봉구 신청사와 규모가 비슷하다. 지하2층, 지상14층, 연면적 1만1,152평으로 규모만 보면 ‘과다한 사무공간’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에 대해 성동구 관계자는 “성동교육청,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소년수련원, 등기소 등이 함께 들어서는 종합행정타운이기 때문에 1인당 사무공간이 넓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95년 구로구에서 갈라져 나온 뒤 현재 5곳의 임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금천구도 “1,000여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건립할 계획이며 현재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순위 따져봐야”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자치구 청사 개선 사업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반응은 탐탁하지 않다. 시 관계자는 “자치구가 다른 사업은 제쳐둔 채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청사개선사업에 우선적으로 매달려야 하는지 한번 따져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박완기 서울시민사업국장은 “구민회관 등이 있기 때문에 구민들의 구 청사 활용이 점점 줄고 있다”며 “사무 공간 확보가 목적이라면 기존 청사의 리모델링 등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 1월 조달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사를 이전한 강남구는 당시 들어간 비용이 80여 억원이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